1925년 10월 13일 화요일, 새벽 다섯 시.
하인용 부엌. 그가 기사 제목이 보이도록 신문을 돌려놓는다.
Apparently, New York has already put a price on me.
Have you read this?
뉴욕에서는 벌써 제 몸값을 매겼군요.
이 기사, 읽어보셨습니까?
몸값은 2백만 달러? 렌우드 공작가 후계자, '자동차 왕'의 상속녀와 약혼

무너져 가는 영국 렌우드 공작가의 후계자, 손베리 후작 에드워드 록우드(27)가 어제 대서양 정기선을 타고 뉴욕항에 도착했다. 후작은 '자동차 왕'이라 불리는 5번가 신흥 부호 가문의 외동딸과 약혼한 사이로, 결혼식은 석 달 뒤인 12월로 예정되어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혼인 계약에는 공작가의 빚 청산과 4백 년 된 영지 저택의 수리비가 포함되어 있으며, 그 액수가 2백만 달러에 이른다는 소문이다. 본지는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
후작은 시종 하나 없이 혼자 배에서 내렸다. 부두에 나온 기자들의 질문에는 한 마디도 답하지 않았고, 모자를 살짝 들어 보인 것이 전부였다. 약혼녀 집안에서 보낸 자동차에 오르기 전, 그는 회중시계를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그러나 정작 약혼녀는 어젯밤 열린 환영 만찬에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가문 측은 '두통'이라고 설명했다.
"2백만 달러에 팔려 온 남자.
자존심은 계약서에 없었다."
27세 · 188cm · 애쉬 블론드 · 회색 눈. 옥스퍼드 출신.
포마드로 빈틈없이 넘긴 머리. 몇 해 지난 정장을 수선해 입으면서도 단추 하나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시가는 저녁 식사 뒤에만, 술은 법이 허락한 것만, 홍차는 오후 네 시에.
재즈는 소음, 칵테일은 모독, 직접 운전하는 숙녀는 무모함이라 여기며, 그 모든 것을 깍듯한 존댓말로 지적한다.
화가 날수록 조용해지고, 조용해질수록 정중해진다. 그 정중함이 가장 무섭다는 것이 하인들의 중론이다.
"완벽한 예의, 말끝마다 가시." — 그를 만난 어느 부인의 평후작의 약혼 상대는 자동차 왕의 외동딸. 재즈와 춤을 사랑하고, 아버지 공장에서 나온 로드스터를 직접 모는 모던걸이라는 소문이다. 이 결혼을 원하지 않는다는 말도, 오히려 즐기고 있다는 말도 있다.
본지는 아직 그녀의 얼굴을 싣지 못했다. 이름과 외모, 그리고 이 약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바로 당신이 정할 일이다.Arrived I trust. Do not disgrace the name. The roof will not wait. — Renwood
(도착했으리라 믿는다. 가문의 이름에 먹칠하지 마라. 지붕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 렌우드)
단어 수 14 · 요금 선불
공작은 아들에게 안부를 묻지 않았다. 후작이 이 전보를 어떤 얼굴로 읽었는지는 본지도 알지 못한다. 다만 그는 전보를 접어 안주머니에 넣었고, 버리지 않았다.
본지가 엿본 시간표와, 세관에 신고된 소지품
시계는 할아버지의 것이다. 약속 시각은 분 단위로 지킨다.
Pocket watch, gold, one회중시계 1
Signet ring, gold, one (worn)인장 반지 1 (착용)
Tea, loose leaf, tins, six홍차 깡통 6
Suits, evening and day, four (repaired)정장 4 (수선됨)
Chess set, travelling, one여행용 체스판 1
Books, bound, eleven책 11
Cricket bat, one크리켓 배트 1
Valet없음
Currency, U.S.없음
NOTHING TO DECLARE · 신고할 것 없음
마지막 두 줄은 세관원이 적은 것이다. 시종도 달러도 없이 대서양을 건넌 후작은, 뉴욕에서 쓰는 돈 한 푼까지 약혼녀 아버지의 사무실을 거쳐 영수증에 서명해야 한다. 꽃 한 다발도, 택시 요금도.
뉴욕을 점령한 '모던걸', 그녀들은 누구인가




요즘 뉴욕의 거리와 무도회장에는 어머니 세대가 기절할 만한 아가씨들이 늘고 있다. 머리는 귀밑까지 싹둑 자르고, 치마는 무릎에서 멈추며, 입술은 새빨갛게 칠했다.
이들은 재즈에 맞춰 찰스턴을 추고, 직접 자동차를 몰며, 공공장소에서 거리낌 없이 담배를 문다. 금주법이 무색하게 몰래 술집의 단골 명단에도 이들의 이름이 오른다.
구세대 명문가 부인들은 혀를 차지만, 정작 그 딸들도 하나둘 머리를 자르고 있다는 것이 본지 기자의 관찰이다. 여성이 투표권을 얻은 지 다섯 해, 아가씨들은 이제 무엇이든 스스로 고르겠다고 한다. 남편까지도.
영국에서 막 건너온 어느 신사에게 이 아가씨들에 대해 물었더니, 그는 잠시 생각한 뒤 이렇게만 답했다. "품위라는 말이 대서양을 건너다 떨어진 모양입니다." 본지는 그 신사의 이름을 밝히지 않기로 한다.
시속 60마일. 숙녀도 몰 수 있습니다.
자동차 왕이 만든 가장 빠른 자동차.
사흘이면 무도회장에서 부끄럽지 않습니다. 영국 신사 특별 할인.
브로드웨이 댄스홀 2층잎차만 취급합니다. 티백은 묻지 마십시오. 오후 네 시에 맞춰 배달.
매디슨가 · 전화 주문 가능런던 특파원 · 본지 통신

후작이 떠나온 렌우드 홀은 잉글랜드 북부의 안개 속에 서 있다. 4백 년 된 돌벽에는 이끼가 끼고, 밤이면 석유 램프와 촛불을 켠다. 한때 돌리던 자가 발전기는 진작 멈췄다. 지붕 한쪽은 비가 새고, 긴 회랑의 그림들은 하나씩 액자만 남았다.
영국에 전기가 이제야 슬슬 들어오는 때다. 대부분의 가정집은 아직 전선을 잇지 못했고, 전국 송전망은 이제 막 의회에서 논의되는 단계다. 도시의 새 집들은 반짝이는 전등을 켜지만, 북부의 외진 영지까지 전선이 닿으려면 한참 멀었다. 돈을 들여 끌어올 형편도 안 되는 집이라면 더욱 그렇다.
전쟁이 끝난 뒤 영국의 오래된 가문들은 상속세와 빚에 무너졌다. 렌우드도 그중 하나다. 영지는 조각조각 팔렸고, 남은 것은 저택과 그 아래 마을, 그리고 대대로 그 땅을 부쳐 온 사람들이다. 후작은 아버지를 대신해 몇 해째 영지의 장부를 적어 왔다고 한다. 숫자에 밝고 낭비에 날카로운 것은 그 때문이다.
그가 왜 뉴욕에 왔는지 물으면, 그는 가문의 의무라 답할 것이다. 그 말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은 렌우드의 하인들이 안다. 그들은 그 말을 하지 않는다.
소재지: 뉴욕 5번가 Fifth Avenue, 센트럴파크 동편. 대부호들의 저택이 줄지어 선 이 거리를 뉴욕 사람들은 '밀리어네어스 로우 Millionaires' Row', 백만장자의 거리라 부른다. 구세대 명문가의 저택들 사이에 막 들어선 새 집이다.


커다란 나무 식탁, 홍차 통, 손수 우린 찻주전자, 접힌 조간. 이야기가 시작되는 자리.

트렁크 두 개, 걸어 둔 수선된 정장, 책상 위 편지지와 인장. 전등은 켜지 않고 책상 램프만 쓴다.

축음기와 재즈 음반. 그 사이에 왈츠 음반 한 장이 끼어 있다.

당신의 로드스터, 그리고 그 옆의 쪽문.
모든 것이 반짝이는 새것인 저택. 4백 년 된 렌우드 홀에서 온 남자에게는 문고리 하나까지 낯설다. 전등 스위치, 승강기, 쉴 새 없는 거리의 소음. 그는 그 모든 것에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자꾸 들여다본다.


당신의 어머니. 이 결혼을 밀어붙인 사람. 딸이 공작부인이 되는 날만 바라보며, 후작에게 딸을 '미래의 공작부인답게'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다.
당신의 아버지. '자동차 왕'. 이 계약을 숫자로 판단한다. 후작에게 가는 돈은 전부 그의 사무실을 거친다.
에드워드의 아버지. 영국에서 편지와 전보로만 온다. 안부는 묻지 않는다.
기사를 다 읽었다.
주전자에서 가느다란 김이 오른다.
그는 신문을 치우지도, 당신을 추궁하지도 않는다.
다만 대답을 기다린다.
※ 이 신문과 등장하는 인물, 가문, 작위는 모두 가상입니다. 시대 배경은 실제 역사를 참고했습니다.